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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핵심 동력으로 주주환원이 거론됐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잇따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밸류업 조치들을 내놓았습니다.
연말이 가도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2024년 11월엔 삼성전자가 무려 10조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을 비롯해 업종을 가리지 않고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주주환원정책을 잇달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조치가 발표되고 나서 하루 이틀은 시장이 반응했지만 지속적으로 떠받들지는 못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분명 창원자동차담보대출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가에 긍정적입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 역시 테슬라 같은 고도 성장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매우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펼쳐 주가를 떠받들고 있습니다. 시장도 그런 빅테크들의 노력에 호응해 주가는 탄력을 받습니다.
대체 뭔가 그렇게 다르기에 국내 대기업과 미국 빅테크들의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반응이 이토록 아파트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다를까요.
사실 답은 매우 쉽고 상식적이며 그래서 대부분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래도 한번 미국 빅테크들과 비교해 설명을 드려볼까 합니다. 우리 모두는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다는 걸 알면서도, 왜 배가 부른지, 무엇을 어떻게 먹으면 좋을지를 고민하잖아요.
▶벌써 1년 전이네요. 2024년 1월 30일에 ‘투자뉴스 뒤 국제자동차회사 풀이’ 연재를 통해 낮은 ROE가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증시 저평가는 해소되지 않는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PBR 0.9배’ 저평가 한국증시…진짜 문제는 낮은 ROE [투자뉴스 뒤풀이])
아니죠, ‘저평가’란 말조차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죠. 100점을 맞을 능력이 있는데 50점밖에 못 맞는다면 ‘저평가’라 할 수 있지만, 늘 50점을 맞는 주택추가담보대출 다면 그냥 실력이 저하된 것이겠죠.
오늘 드리려는 말씀도 1년 전 썼던 글과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당시 언급했던 문제를 안고 있다면, 일종의 ‘모범답안’처럼 여겨지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대체 어떻게 주주환원을 하는지 살펴봄으로써 타산지석을 얻고자 하는 것이 이번 ‘투자뉴스 뒤풀이’의 목적입니다 영화제공 .
주주환원에 가장 진심인 기업은 단연 애플입니다. 얼마나 하는지, 그 금액부터 보죠.



가장 최근의 연간 사업보고서에 있는 현금흐름표를 보면, 2024회계연도에 배당(dividends)과 자사주 매입(repurchases of common stock)에 각각 152억3400만달러와 949억4900만달러를 쓴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22조34000억원, 139조2000억원 가량 됩니다.
연도별로 보면 배당은 그리 크게 늘지 않았는데 자사주 매입은 급격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배당과 자사주 성격이 조금 다르기 때문입니다. 배당과 자사주 모두 재무적으로 동일한 주주환원효과를 갖습니다. 하지만 배당은 주다가 안 주거나, 그 규모를 줄이면 좋지 않은 신호로 여겨집니다. 투자자들은 이미 배당은 먹고 들어가는 걸로 깔고 투자를 하기 때문이죠. 마치 채권에서 이자를 제대로 주지 않는 것과 비슷하겨 여겨집니다.
이에 비해 자사주 매입은 기업에게 좀더 자율성이 있습니다. 일종의 보너스처럼 여겨지죠. 그래서 자사주 매입을 좀더 선호합니다. 다만 애플 같은 기업은 워낙 오랫동안 꾸준히 자사주 매입을 늘려오는 탓에 자사주 매입도 배당과 비슷해졌다는 말이 나오긴 합니다.



아무튼, 주주환원 금액 자체도 일단 입이 떡 벌어지지만 애플이 벌어들이는 돈을 감안하면 더 놀랍습니다.
애플의 2024년 매출은 3910억달러, 영업이익은 1232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1년 간 열심히 벌어들인 현금(영업활동 현금흐름·CFO)은 1182억달러에 달하고, 여기서 공장이나 기계설비 등에 쓰는 자본적지출(Capex)을 제외한 Free Cash Flow(FCF)는 1088억달러입니다. (FCF = CFO - Capex)
기업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여기저기 다 투자하고 나서 남은 돈(FCF)이 1088억달러인데, 주주에게 준 돈이 1101억달러(배당+자사주 매입)로 더 많습니다.
그만큼 애플은 주주환원에 진심인 기업입니다. (애플이 왜 이런 재무결정을 하는지, 이것이 애플 주가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차후 별도의 연재물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애플이 주주환원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긴 하지만 워낙 그 규모가 큰데다, 말씀드린대로 번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을 정도로 독특한 탓에 일반화하긴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애플은 기계설비, 공장 같은 유형자산(PPE)이 거의 없습니다. 전체 자산에서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12% 남짓입니다. 디스플레이 같은 핵심 부품은 LG디스플레이가 만들고 전체 아이폰 조립·생산은 대만 폭스콘이 하는 등 애플은 거의 모두 외주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유형자산 비중이 큰 우리나라 일반적인 대기업들과 비교를 하려면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이 더 적합합니다.
MS와 구글도 엄청난 주주환원을 하고 있습니다. MS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각각 217억7100만달러, 172억5400만달러에 달합니다. 구글은 지난 회계연도까지 배당은 하지 않고 자사주 매입만 하는데 그 금액이 615억달러에 달합니다.
참고로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코스피 전체 배당금액은 40조를 조금 넘습니다. 자사주 취득 금액(직접 매수)은 3조3000억원쯤 됩니다.
▶빅테크들의 주주환원 규모에 놀라는 건 이쯤에서 그만하고, 그 금액이 나오는 과정을 한번 생각해보죠.
일단 매출과 영업이익이 잘 나와야 합니다. 벌어오는 돈이 있어야 손에 쥐어지는 현금(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생기고 그걸 바탕으로 투자도 하고 빚도 갚은 뒤에 배당을 주든 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반드시 써야할 돈은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이란 1~2년 돈 벌고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합니다.
그런 영속성을 담보하려면 끊임없는 Capex 투자와 연구개발(R&D)이 이어져야 합니다. 공장 같은 생산시설을 계속해서 늘리고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더 좋은 제품,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단 것입니다.
이러한 지출을 줄여서 돈을 남긴다면, 당장은 실적이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럼 MS와 구글이 얼마나 R&D와 유형자산 재투자를 하고 있는지 볼까요.



MS의 R&D 비용


MS의 R&D 금액과 매출 대비 규모입니다. 연구개발에만 한해에 300억달러 가까이를 퍼붓고 있습니다. 매출액 대비 비중도 10%를 꾸준히 넘습니다.
구글도 보죠. 2023회계연도에 쓴 R&D 금액이 454억달러입니다. 매출 대비 15%네요. 참고로 삼성전자 연구개발 비용은 지난해 약 28조원이었습니다. 매출 대비 10.9%였습니다.



구글의 R&D 비용


절대 금액도 놀랍지만 매출 대비 그 비중이 꾸준하다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두 기업 모두 매출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건 다 알고 계실 겁니다.
돈을 잘 벌고 있고, 버는 만큼 계속해서 엄청나게 R&D에 퍼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형자산 투자도 만만치 않습니다. MS가 지난 회계연도에 유형자산 투자에 쓴 돈을 볼까요.






MS 현금흐름표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 현금흐름(Cash from operations)과 재무활동 현금흐름(Cash from financing), 투자활동 현금흐름(Cash from investing)을 보죠.
1185억달러의 현금을 벌어서 유형자산 투자(Additions to property and equipment)에 445억달러를 썼습니다. 그렇게 남는 FCF가 740억달러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주주에게 돌려준 금액이 390억2500만달러(217억7100만달러 + 172억5400만달러)인 것입니다.
정리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돈을 잘 버는 것은 물론(=매출 성장)이고, 연구개발에도 아낌없이 돈을 쓰고(R&D지출) 계속해서 기계설비 같은 유형자산도 새롭게 업그레이드를 하면서(Capex) 주주환원(배당+자사주 매입)까지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방법으로 구글의 FCF를 구하면 695억달러에 달합니다. 이렇게 내 호주머니에 남은 돈 695억달러 가운데 615달러를 주주에게 돌려준 것입니다.
즉 미국 빅테크들은 매출이 발생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매출원가)은 물론이고 아끼지말고 써야할 돈(R&D, Capex)을 계속해서 퍼부으면서도 돈이 참 많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 돈을 또 아낌없이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이죠.
단순히 주주환원 규모만 똑 떼어놓고 보면 안됩니다. 매출이 성장하면 그만큼 과감하고 지속적으로 재투자를 하고, 이를 통해 또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선순환이 갖춰놓고 주주환원까지 잘하는 것이 미국 빅테크들입니다.
더군다나 이런 덩치 큰 빅테크들의 천문학적 R&D, 유형자산 재투자는 미국 기업 전체에 도움이 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의 지출은 누군가에겐 매출입입니다.
애플, 엔비디아, MS 같은 기업들이 쏟아 붓는 R&D 지출과 Capex투자는 다른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경제 생태계 전반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성향이 많이 올라온 것은 사실입니다. 워낙에 배당에 인색했던 탓에 마치 ‘밸류업=주주환원 확대’처럼 인식되곤 있지만 그것만으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전히 해소할 순 없습니다.
주주환원이 의미가 있으려면 기업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이익을 낼 것이란 믿음이 전제돼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25년 우리나라 EPS 성장률 전망치는 -1.9%로 주요국 가운데 단연 가장 낮습니다. 성장을 해도 모자랄 판에 거꾸로 가는 것이죠. 첫 단추부터 꼬였습니다.



[자료=미래에셋증권]


게다가 R&D나 자본적지출(재투자) 역시 시원치가 않습니다. 기업마다 ‘미래 먹을거리’, ‘신성장 동력’을 외치는 건 이제 새로운 뉴스도 아닙니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FCF가 늘고는 있지만 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재투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지속적인 성장과 실적 개선 측면에서 보면 분명 안 좋은 소식입니다.
그러니 주주환원만 따로 놓고 ‘왜 배당이랑 자사주 매입을 늘려도 주가가 안 오를까’ 고민해도 부질 없는 것입니다. 엄마 친구 아들이 설날에 고가 명품백을 선물했다며 부러워하는 어머니를 위해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던 내가 덥석 명품백 사드린다고 해서 단숨에 효자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탄탄한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앞날에 대한 기대, 그것을 실현해가는 성장 스토리가 결여된 채 이뤄지는 주주환원은 비어가는 곳간을 의미할 뿐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수조원의 자사주 매입 소식보다 얼마를 들였더라도 유망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오히려 주가엔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엔비디아를 1년 안에 따라 잡을 수 있는 최고의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돈이 얼마나 들었든, 더더더 반가울 수 있겠죠.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주주환원이 진짜 의미가 있고 효력을 발휘하려면 기업이 오늘보다 내일 더 좋아질 것이란 믿음을 줘야 합니다. 주가는 미래를 먹고 사니까요.
김우영 기자/CFA
#헤럴드경제 기자입니다. CFA 자격증을 취득한 뒤 CFA Society Korea Public Awareness committee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하는 기자로서 사명감에 CFA의 전문성을 더해 독자 여러분께 동화처럼 재미있게 금융투자 뉴스를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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