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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란세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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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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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민병래 작가]* 이 글에선 '북한군'이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실체가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군대를 뜻하기에 조선인민군이라 표현한다.
12월 26일, "러우전쟁에 투입된 '인민군 병사' 한 명이 최초로 생포되었다"는 소식이 주요 뉴스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잡았다는 병사의 모습은 이미지가 흐릿하지만 매우 초췌하고 중년 이상의 나이로 보인다. 인민군 부대가 대부분 스물살 전후의 어린 병사이고 많아야 스물네 살을 넘지 않는다는, 떠들석 했던 보도와는 다소 상충되는 느낌이다. 젤렌스키는 한발 더 나아가 한 명이 아닌 여럿을 생포했고 심각한 부상 탓에 회생할 수 없고 투항을 막기 위해 (인민군이) 자기 동료를 처형하는 사례마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 얼마 전에도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우리 합참은 12월 23일, '북한군 동향'자료를 배포하며 1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한 술 더 떠 같은 날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3천 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왔다"고 말했다.
미백악관의 존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12월 28일 '추정한다'는 단서를 재단채권 달아 "지난주 북한군은 특정 전투에서 1000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러우전쟁의 '인민군'관련 뉴스는 사상자 수도 큰 차이가 나고 사실과 추정이 뒤섞여있어 몹시 혼란스럽다.
적금 연체
▲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공개한 북한군 추정되는 포로의 사진
ⓒ 텔레그램
육군군 수수료 계산 사연구소장이었던 예비역소장 한설은 인민군이 러시아에 파병되었다는 첫 보도가 나온 때부터 가짜뉴스라고 단호히 말해왔다. 그는 북-러 사이에 '작전지휘권'이나 '주둔군 지위'에 관해 어떠한 협정도 맺지 않는 상태에서 어떻게 파병이 있을 수 있냐고 묻는다. 이는 군사상식이라고 말한다.
서울대의 통일평화연구원 이문영 교수는 한 전세보증금 과세 설과는 조금 결을 달리해 "현재 전황이 유리한 데 러시아가 굳이 조선에게 파병을 요청할 필요가 있겠는냐"며 전투병력보다는 공병이나 노동자의 파견에 무게를 두었다.
윤석열의 탄핵안이 가결된 지금, 지난 두 달 동안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조선인민군의 러시아 파병'이 진짜인지, 거짓인지를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혹 러우전쟁에 어떻게든 개입해 그 불씨를 한반도로 끌어오기 위해 퍼트린 '가짜 뉴스'는 아니었는지? 설령 사실이더라도 윤석열이 준전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안보불안심리를 자극하는 소재로 쓴 것은 아니었는지? 음모론이라고 내치지 말고 자그마한 가능성이라도 치밀하게 분석해봐야 한다. 누가 "윤석열이 선거부정이라는 극우유튜버의 주장을 믿고 비상계엄을 선포하리라고, 발포명령까지 내리리라"고 상상이나 했는가?
국제정치학을 가르치는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이해영 교수는 "조선인민군 파병이 허구다"라고 주장하는 우리 사회 몇 안 되는 지식인이다. 그는 한미FTA 협상시에도 많은 문제점을 제기하며 반대에 앞장섰다. 한미동맹에 목숨 거는 우리 사회에서 쉽지 않은 용기였다. 윤석열이 탄핵되기 나흘 전인 12월 10일 오산에 있는 한신대 연구실에서 이해영을 만나 '인민군파병설'에 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조선인민군 파병설은 젤렌스키가 발명했다
"처음으로 돌아가볼까요. 파병설'의 근원지는 젤렌스키입니다. 그 후 두 달여 동안 '첫 전투' '인민군사망' '좀비 같은 인민군' 등 수많은 뉴스가 어지럽게 떠돌고 있습니다.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정보당국이 만든 이 정보를 한국사회는 100% 신뢰합니다. 왜 검증하지 않나요?"
이해영의 말대로 젤렌스키는 10월 13일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 '파병'의 뉴스를 생산했다. 우리 국정원이 10월 18일, 파병의 증거라는 위성사진을 제시하자 젤렌스키의 발표는 날개를 달았고 한국사회에선 이 '설'이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이 되었다.
이 교수는 '파병' 여부를 판단하려면 젤렌스키의 처지를 봐야 한다고 주문한다. 2024년 3월에 치러야 했던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는 전시를 이유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젤렌스키의 대통령 직위는 불안하고 전황은 매우 어렵다. 타개책이 절실한 그는 무슨 수단이라도 써야 하는 상황이다.
▲ 이해영 한신대 교수 그는 러우전쟁기간 내내 젤렌스키의 발표를 검증해왔다.
ⓒ 민병래
러우전쟁의 전황을 파악하는 데 사상자 통계는 매우 중요하다. 전쟁은 결국 병력이 움직여야 결판이 나기 때문이다. 이문영이 유튜브채널 '3PRO'에서 밝힌 <미디어조나 : Media Zona>의 자료는 유용하다. 영국 BBC방송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철저한 반러매체 <미디어조나 : Media Zona>는 2024년 10월 25일을 기준으로 명단이 확보된 러시아의 사상자 수가 7만2899명이라고 밝혔다. 반면 우크라군의 장례식 총수는 51만 7천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트럼프 1기의 미국방부 군사고문이었던 퇴역대령 더글라스 맥그리거도 2024년 6월 방송에 나와 러시아군은 5~6만이 우크라군은 60만 명이 사망했다는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위의 통계와 분석을 100%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클럽에서 춤추던 우크라이나 젊은이가 강제징집되는 뉴스는 이런 현실이 작용했을 터이다. 이문영 교수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3년 병력모집을 계약병 방식으로 전환한 이래 지원병이 대폭 늘어나 2024년 4월 정규군 115만에 예비군이 132만인 상태라고 한다. 병력수급에 여유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 등이 반영되어 우크라이나의 돈바스전선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고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은 패주를 거듭하고 있다. 다급한 처지인 젤렌스키는 2024년 9월 UN 총회로 달려갔다. 그는 나토가입을 승인하라고 장거리미사일을 사용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으나 서방의 반응은 차가웠다.
10월 12일 독일에서 미국과 서방 20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문제를 다루는 회의가 열렸는데 여기서도 아무런 결론이 없었다. 젤렌스키는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전선의 상황은 암울하고 미국과 NATO로부터 손절당하는 상황, 미국 대선의 결과는 오리무중이고, 그는 궁리에 궁리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나온 게 바로 '인민군 파병'이라는 뉴스였다.
만일 '인민군 파병'을 매개로 NATO의 참전을 이끌어 내고 지상군 병력이 풍부한 한국군까지 끌어올 수 있다면 그로서는 여러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셈이다. 쿠르스크에 진정 인민군이 왔다면 더할 나위 없고, 오지 않았어도 그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10월 12일 회의에서 아무런 소득이 없자 다음 날 젤렌스키는 '인민군파병'이라는 뉴스를 발표한 것이다.
이해영 교수는 이런 배경에서 젤렌스키가 생산한 이 '설'에 의문을 갖는다. 또한 이를 기다렸다는 듯 움켜쥔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젤렌스키 정보의 출처는 요인암살, 테러 같은 비밀공작을 담당하는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임에도 왜 검증을 하지 않냐고 답답함을 토로한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한국의 국정원은 10월 18일 인민군 1500명이 러시아로 이동했고 폭풍군단의 10개 여단 중 4개 여단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미 11월 5일 첫 전투가 있었다고 말했고요?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요?"
윤석열의 12·3 내란 이후 뜸했던 '조선인민군' 관련 뉴스가 12월 중순에도 '속보'라는 타이틀을 달고 포털의 메인 화면을 장식했었다. 12월 18일 자 조선일보는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텔레그램채널을 통해 밝힌 전과를 보도했다. "우리 부대 소속 제8연대 병사들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을 상대로 3일 간에 걸쳐 50명을 폭살하고, 47명에게 부상을 입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보도가 나오기 며칠 전 조선일보는 12월 14일 자에서 "북한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 마을인 쿠르스크주 플레호브 마을을 허리케인처럼 습격해 우크라이나 군인 30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NK뉴스를 인용해서 보도했다. NK는 '로마노프 라이트' 텔레그램 채널에서 소스를 구했으니 이 뉴스는 인용에 재인용인 셈이다. 모두 검증되지 않은 소식이 다. 게다가 '속보'라는 타이틀까지 달린 채 마구 퍼졌다. 도대체 '조선인민군' 관련 뉴스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2014년 돈바스 도네츠크공화국의 전차병 자매(‘베라’와 ‘리다’) 이 사진이 아래처럼 AI에 의해 인민군 여군으로 조작되었다.
ⓒ 이해영제공
▲ 영국 <데일리 메일>지가 보도한 쿠르스크 파병 인민군여군(‘웨이’와 ‘린’). 위의 사진을 AI로 조작했다.
ⓒ 이해영제공
북러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은 12월 4일에 발효되었다
이해영 교수는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북러사이에 맺은 조약내용, 그리고 푸틴이 '조선인민군파병설'과 관련해 당사자로서 직접 밝힌 입장을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북러가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의 핵심은 제3조, 제4조에 있다. 특히 제4조에서 "북러 어느 쪽이라도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쌍방은 군사적수단을 포함 모든 원조를 제공하며 이는 강행의무"라고 규정되어 있다. 물론 침공을 받은 경우라는 방어적 성격을 전제로 하면서 말이다. 이 조약을 대입해보면 현재 러우전쟁에서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만이 상호 군사원조를 검토할 수 있는 지역이다.
푸틴은 '조선인민군파병설'에 대해 몇 차례 직접 입장을 밝혔는데 브릭스정상회담의 기자회견석상이던 10월 24일 NBC의 키어 서몬스기자와 나눈 문답에서 비교적 자세한 설명을 했다. 한국 언론에서는 "푸틴, '조선인민군파병'에 대해 부인 안 해"라는 식의 타이틀로 보도가 되었지만 아래 문장에 그가 말한 핵심이 담겨있다.
"조약 4조와 관련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할지 무엇을 결정할지는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전략적동반자 조약의 4조 이행과 관련 대화를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프로세스를 어떻게 시작할지 우리의 우방인 조선과 접촉할 것입니다."
즉 논의를 할 필요가 있고 향후 만날 계획임을 밝힌 것이다. 당연히 이 조약은 러시아와 조선이 국내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푸틴은 11월 9일에 김정은은 11월 11일에 이 조약에 서명했고 2024년 12월 4일 양국은 이 비준서를 교환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했다. 물밑 대화는 할 수 있지만 쿠르스크지역에 조선이 군사원조를 한다면 공식적으로 12월 4일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해영 교수는 1964년 한국군이 베트남에 파병될 때 맹호부대 본대가 상륙하기까지 1년 이상이 걸렸음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1964년 7월 베트남총리의 정식파병 요청이 있고 나서 우리나라 국회는 파병동의안을 가결했고 그해 9월 1차로 태권도교관이 들어갔다. 1965년 2차 파병동의안이 가결된 후 공병부대인 비둘기부대가 사이공에 도착했고 10월이 되어서야 청룡, 맹호부대의 선발대가 베트남 땅을 밟았다.
이 교수는 베트남 파병에 견주어보면 "파병수용국인 푸틴 대통령이 조선에 파병을 공식 요청하고 이를 승인하는 북쪽의 국내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파병이 결정되면 당연히 현지 조사를 해야 하고 인민군이 러시아군과 연합사령부를 구성할 것인지, 어떤 작전임무를 맡을 지가 논의되고 가장 중요한 적응훈련과 전술훈련 등 사전준비에 들어갈 것이다. 이는 요식절차가 아니라 파병부대의 생존과 전투수행을 위해 필수적이다"라고 판단한다. 이해영 교수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이는 상식이다. 세상 어느 나라가 자국의 청년을 낯선 전장에 보내면서 준비를 소홀히 하겠는가?
하지만 국정원에 따르면 '인민군'은 북러조약이 발효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설장군의 말을 다시 빌리면 '러시아내 인민군의 지위협정'도 없이 블라디보스톡에 '상륙'한 뒤 약 1-2주 만인 11월 초, 쿠르스크 전장에 투입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러우전쟁은 드론과 로봇이 투입되는 전자전으로 기존 전쟁과는 개념이 다르다. 또 산악이 많은 한반도와 지형이 다르고 전장의 크기 또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다. 인민군이 경험하지 못한 전투 양상과 환경인 것이다. 더더욱 북러는 단 한 차례도 합동군사훈련을 한 적이 없다. 합을 맞춰보지 않아 상호전술운용성이 확인되지 않은 실정임에도 말이다.
그래서 이해영 교수는 "파병 요청의 당사자인 푸틴의 말, 북러간에 맺은 조약의 국내법적 절차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공식 논의가 시작되었는지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 아니냐?"고 질문을 던진다.
- "북한 러우전쟁 파병, 한반도 긴장으로 끌고와선 안돼"으로 이어집니다.